
조리원 퇴소 후 집으로 돌아온 날이 아직도 선명해요.
아기는 카시트에 잠들어 있었고, 현관 앞에서 고양이는 평소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보고 있었어요. 울음소리가 처음 들렸을 때, 고양이는 다가오지도 도망가지도 않고 잠시 멈춰 서 있더라구요. 근데 그 모습을 보며 괜히 미안한 마음 + 긴장이 됐던게 기억이 나네요.
출산 전에는 아기 방을 따로 꾸미고, 고양이와 공간을 나눠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주변에서도 “아기 태어나면 고양이는 힘들지 않겠냐”, "고양이 털때문에 아기가 아프면 어떻게하냐. 다른데 갔다줘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식과 같은 고양이를 아기가 태어난다고 멀리 보내겠습니까. 고양이도 가족이잖아요. 가족을 함부로 버리진 않는데 말이죠.
아무튼 그 말들을 잊으만큼 막상 출산 직후의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정신이 없었습니다. 수유와 수면이 반복되고, 몸은 회복 중이었고, 집안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어요. 그 변화 속에서 가장 큰 고민은 아기와 고양이를 어떻게 함께 지내게 해야 할지였어요.
출산 직후 가장 먼저 느낀 건, 완벽한 분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서로의 생활 동선이 자연스럽게 겹치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었어요. 고양이는 원래 높은 곳을 좋아했고, 캣타워나 선반 위 공간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대신 아기 매트와 러그는 바닥 중심으로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배치하니 고양이가 굳이 아기 쪽으로 내려올 일이 거의 없었고, 저 역시 불안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무언가를 강제로 막기보다는, 각자 편한 공간을 유지하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집안 환경에서 가장 많이 바꾼 건 청소 방식이나 물건 배치 기준이에요. 모든 걸 완벽하게 소독하려 하기보다는, 아기 손이 닿는 범위와 닿지 않는 범위를 나누는 데 집중했어요. 고양이 방석과 장난감은 아기 생활 공간과 분리했고, 아기 침구는 사용 후 바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했어요.
고양이 행동을 막기보다 관찰하는 것도 중요했죠. 아기 울음소리가 나면 고양이는 대부분 다른 방으로 이동하거나 높은 곳으로 올라갔고, 아기에게 가까이 오지 않는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며, 굳이 더 통제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산 직후에는 모든 게 과해지기 쉽죠. 청소도, 걱정도. 그래서 고양이 털 관리 주기만 조금 조정하고, 손 씻기와 정리 루틴을 단순화 했어요. 그 정도만으로도 하루가 훨씬 수월해지며 그나마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출산 직후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들
고양이가 아기 침대에 올라가려고 하진 않나요?
처음 며칠은 침대 주변을 맴돌고 저희 부부가 외출하면 올라가있었어요. 그래서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담요나 냄새가 침대에 남지 않도록 신경 썼고, 대신 고양이가 편하게 쉴 수 있는 다른 공간은 만들어주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저희집 고양이는 침대보다 기저귀 갈이대와 역방쿠(역류방지쿠션)을 좋아했어요.
아기 울음소리에 고양이가 스트레스받지 않을까요?
우리 집에서는 울음소리가 나면 고양이가 스스로 거리를 두거나, 울때마다 저에게 달려와 "빨리 아기 달래줘."라는 느낌으로 울었어요. 아기가 울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 할 일을 하더라고요. 억지로 적응시키기보다는,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쪽이 더 맞는거 같았어요.
출산 직후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건 뭔가요?
완벽한 분리보다, 아기도 고양이도 모두 변화 속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태도였어요. 그걸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답니다.

지금 돌아보면, 출산 직후의 나는 항상 긴장하고 있었던거 같아요. 작은 소리에도 예민했고, 선택 하나하나가 불안하기만 했어요.
하지만 고양이와 함께 지내기로 한 선택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고 잘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어요. 완벽하게 준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때그때 관찰하고 조정하면서 우리 가족만의 평안을 찾아가고있어요.
지금은 아기와 고양이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만큼 일상이 되었다는 뜻일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고양이와 아기를 같이 키워도 되는지 애묘육아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키우는것도 나쁘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많이 걱정했던 건 아기 울음소리였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그 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혹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지 계속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다음 글에서는 출산 직후 아기 울음소리에 고양이가 보였던 반응과, 그 과정을 지켜보며 느꼈던 마음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애묘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생아와 고양이 합사, 3개월 만에 성공한 실제 후기 및 팁 (0) | 2026.02.12 |
|---|